소상공인·자영업 정책 · 주간경향
30개 생활밀접업종에 과밀화… 폐업자 절반이 2년안에 사업 포기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에 종사하는 인구 수가 급속히 늘고 있지만 4명 중 1명이 음식점, 옷가게, 호프집 등 30개 생활밀접업종에 집중되어 있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신규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 과당경쟁으로 인해 자영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득 양극화로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남대문 의류상가 앞이 한산하다. |김창길 기자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할만한 게…”
지난 12월 9일 국세청이 처음으로 조사·공개한 ‘지역별·업종별 생활밀접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음식점 수는 43만9223개. 산술 평균으로 따지면 식당 1곳이 불과 손님 114명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얘기로, 직장인들이 은퇴 후 음식점을 차려 성공하지 못한 데는 다 까닭이 있었던 셈이다. 인터넷쇼핑몰 창업이 붐을 형성한 의류판매점 자영업자 수(8만3757개)도 인구 595명당 1개꼴, 부동산중개업(7만6681개)은 650명당 1개꼴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호프집 역시 6만개가 넘어 1곳당 767명으로, 자영업종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 업종으로 꼽혔다.
국세청이 음식점·의류점·부동산중개업·미용실 등 생활과 밀접한 30개 업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32개 시·군·구별로 개인사업자 숫자를 집계한 결과 자영사업자 수는 487만4000명으로 경제활동인구(2406만3000명)의 20.2%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30개 생활밀접업종의 자영업자 수는 125만9000명(25.8%)에 달했다.
음식점 사업자 수는 42만9223명으로 치킨집과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1만4729명)까지 합치면 총 45만3952명이 음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민 전체 인구 109.6명당 1개에 해당한다. 인구를 고려한 상업성을 따지면 이미 ‘포화상태’인 셈이다.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에 시장과 업계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식품종합소매(724명·업체 1개당 인구 수), 미용실(746명), 호프집·간이주점(767명) 등에도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다. 예체능학원(1058명), 입시·보습·외국어학원(1123명), 자동차 수리(1415명), 노래방(1454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세청의 김주연 통계기획팀장은 “이들 업종은 수요층이 넓고 이용빈도가 높은 데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창업자들이 많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업자당 인구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업종은 목욕탕(7425명), 과일가게(7075명), 가구점(7008명) 등이었다.
지역별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전국에서 음식점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수원시로 8502개에 달했다. 전국 232개 시·군·구 평균(1893개)의 4.5배다. 2위는 서울 강남구(6978개)였다. 인구가 많고 지역이 넓은 경기도 수원은 음식점뿐만 아니라 노래방·문구점·미용실·서점·슈퍼마켓·식육점·예체능학원·통신기기매매·제과점·철물점 등 총 11개 업종이 전국에서 가장 업체 숫자가 많은 곳으로 집계됐다. “업체 숫자가 많은 곳은 그 지역에서 영업이 잘 된다는 뜻도 되지만, 새로 창업을 하는 경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도 된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서울의 경우 특정 업종 밀집지역과 소비패턴 등에 따라 업종별 분포도에 큰 차이를 보였다. 화훼단지와 가구거리가 있는 서초구는 꽃가게와 가구점, 젊음의 거리인 홍익대와 신촌이 소재한 마포구는 호프집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혔다. 테크노마트 등이 있는 광진구는 용산구를 제치고 통신기기 판매점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PC방이 가장 많은 곳은 고시학원이 밀집한 관악구였다. 학원 메카 강남은 입시·보습학원이 584명당 1개, 미용실은 586명당 1개로 가장 많았다. 노원구와 양천구는 주거지역인 만큼 인구 수에 비해 음식점 수가 적었고, 직장인이 많은 서울 중구는 식당 수가 가장 많아 구민 35명당 1개꼴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과당경쟁에도 지난해 창업한 92만5000명 가운데 이번에 통계가 공개된 30개 생활과 밀접한 업종의 창업자가 32만5000명으로 3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의류점·미용실·PC방을 선호한 반면 40대는 음식점·부동산중개업, 50대는 여관·이발소의 창업이 많았다. 김 팀장은 “지난해 창업자 중 35.1%가 생활밀접형 업종을 창업했는데, 이는 전체 30개 생활밀접 자영업종 비율인 25.8%보다 훨씬 높은 것이어서 앞으로도 가게를 여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폐업자 중 절반 가까이가 창업 후 2년도 안돼 사업을 접은 것으로 나타나 직장인들의 사업가 변신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세청이 지난 6월 23일 발표한 ‘자영업자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사업을 포기한 폐업자(71만5000명) 가운데 창업한 지 2년 미만이 45.9%(32만8000명)를 차지해 절반 가까이가 ‘창업 2년’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음식업과 소매업의 3년내 폐업률이 각각 19.7%, 15.7%으로 높게 나타났다.
좋은 일자리 창출로 자영업 비대 막아야
자영업의 침체는 내수경기의 부진이 반영된 데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유통업종의 대형화 추세, 자영업 내부의 과당경쟁에 따른 구조조정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영세자영업 비율이 높아 경쟁이 심한 편인데, 특별히 내부에서 고객을 유인하고 혁신할 동력도 없어 소득이나 고용 감소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외부적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국회에서 여야의 첨예한 대립 끝에 지난 11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이 통과됐지만 1년 전에 이 법들이 시행됐다면 지금처럼 많은 자영업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까지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층이나 회사에서 퇴직한 중장년층 등이 생계수단으로 자영업에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을 높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자영업 문제 해소의 지름길”이라며 “우선 퇴직자들이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급 폐업 100만 명 시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품은 ‘백년소상공인’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순한 개별 점포의 위기를 넘어 상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의 한숨과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때는 버티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최근 폐업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취업연계수당과 전직장려수당에서 부과되던 기타소득세가 전면 면제되면서, 소상공인의 재도약 환경이 한층 나아지고 있
정부가 경기 침체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한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은 당초 국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코로나19 이후 급격히